Register 2024.04.23 (Tue) KOREA Edition
전체메뉴보기

LIFE

[기자의 눈] 표현의 자유와 해석의 자유

송고시간 2020.10.13 12:06


(이미지 : pixabay. 재판매 및 DB화 금지)
 
최근 대중 미디어에 노출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예술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라는 입장과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 적인 것이 아니며 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한 예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의 뮤직 비디오에서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소녀를 그리기 위해 멤버 제니가 몸에 붙는 간호사 복장과 붉은색 하이힐을 착용해 논란이 되었으며,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 84는 그의 연재 웹툰 ‘복학왕’의 에피소드 광어인간 편에서 극중 20대 여성 캐릭터 봉지은이 ‘애교’의 힘으로 인턴에서 최종합격까지 간 사례를 그려 논란이 되었다.
 
최근 젠더 이슈에 대해 대중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이때, 현재의 논란은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다. 온라인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블랙핑크 신곡을 두고 성인지 수성이 부족한 콘텐츠라며 비판했고, 계속된 이슈로 YG측에선 해당 뮤직비디오 장면을 삭제했다. 기안84 역시 문제되는 부분에 대해 사과했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의 하차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대중들은 ‘작품은 작품으로만 봐야한다’라는 입장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표현의 자유는 일부 제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성적 대상화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예술은 그냥 작품 그 자체로 봐야한다’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웹툰의 경우 검열이 심해지면 작품의 다양성 추구가 힘들어 지는 것은 물론 본래 추구하려는 작품의 성향이 위축될 수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전문 의료인인 간호사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직업적 이미지가 왜곡되는 것은 불편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기안84의 작품 역시 여성의 사회적 지휘가 남성보다 떨어져 극중 캐릭터가 섹스어필을함으로서 많은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는 사실이 큰 쟁점이 되었다. 이는 결국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 잡으려고 한 노력을 무너뜨리는 단면이며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예술의 경우 작가의 의도 역시 중요하지만 독자가 이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비판하는지도 중요한 관점이다.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독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고 시대적인 의미와 맞물려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논란을 일부러 부추겨 만든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홍익대학교에서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라는 작품 제목으로 일간베스트 즉,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의 조형물이 제작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이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작품이 파손되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일베에 대해 대놓고 다양한 담론을 펼치게 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상에서의 이러한 계속된 담론은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국가가 나서서 이를 검열할 수는 없지만 사회가 나서서 ‘건강한 논란’을 야기시킨다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대중문화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생각이다. 
 

기사인쇄 | 김인하 기자 press.series@gmail.com

플레이플러스 댓글 토크0

* 최대 200자까지 작성가능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0/20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5212

Follow 플레이플러스